로렌츠, 빈부격차를 그래프로 보여주다
2010. 04. 01[경제토플 TESAT]
로렌츠, 빈부격차를 그래프로 보여주다
소득분배 문제는 현대 경제학이 가장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분야 중 하나다. 1960년대 말 복지국가 개념이 본격화한 이후 소득 분배 문제는 오늘날 경제 문제의 핵심적인 주제로 떠올랐다. 소득 분배는 분명 정치적 성격을 갖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개념의 정립도 복잡한 현실 경제를 이해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소득분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는데 로렌츠 곡선,엥겔계수,소득배율,지니계수 등이 많이 활용되는 지표들이다. 오늘의 문제는 로렌츠 곡선이다.
[문제] 위 그림은 A국과 B국의 로렌츠 곡선이다. 이에 관해 잘못 설명한 것은?
① 로렌츠 곡선은 그 나라의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낸다.
② A국은 국민들의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③ B국의 경우,하위 50% 계층은 소득이 없다.
④ A국의 지니계수가 B국의 지니계수보다 높은 값을 갖는다.
⑤ A국의 10분위 분배율은 2,B국의 10분위 분배율은 0 이다. (10분위 분배율은 하위 40%의 소득비율과 상위 20%의 소득비율을 비교한 값이다)
[해설] 로렌츠(Lorenz) 곡선은 지니계수와 함께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미국의 통계학자인 M.로렌츠가 창안한 이 곡선은 소득액과 소득 인원수의 상관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소득분포가 평등한지 아니면 불평등한지 여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래프에서 X축은 전체 인구에서 특정 소득분포에 속하는 사람의 누적 비율이고 Y축은 전체 소득액의 누적 비율이다. 소득 분배가 완전히 균등하면 0에서 출발하는 45도 직선과 일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상위 계층이 국가의 부에서 많은 부분을 잠식한다. 따라서 사람의 누적 비율이 많아도 전체 소득의 비율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로렌츠 곡선은 45도 직선보다 아래로 향한다. 로렌츠 곡선과 소득 균등 분배선인 45도 직선과의 면적을 구하면 그 나라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나오는데 이를 지니계수라고 한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가 평등하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배 구조가 불평등하다.
로렌츠 곡선은 그리는 것이 간단하기 때문에 소득분포뿐만 아니라,그 밖의 경제량 분포의 집중도 또는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기에서 A국은 인구 누적 비율과 누적 소득비율이 45도 직선으로 나타내고 있어 균등하게 배분되는 국가로 볼 수 있다. 반면 B국은 인구의 50%는 거의 소득이 없으며 나머지 50%가 국가의 부를 다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A국의 지니계수는 거의 0이고 B국의 지니계수는 넓은 면적이 나오므로 B국의 지니계수가 훨씬 높은 값을 갖는다.
⑤번의 10분위 분배율은 한 나라의 모든 가구를 소득의 크기 순으로 배열하고 이를 10분위로 구분해 소득이 낮은 1분위에서 4분위까지의 소득합계(하위 40%)를 소득이 가장 높은 9,10분위(20%)의 소득합계로 나누어 계산하는 방식이다.
대개 0.45 이상이면 분배 상태가 양호하고 0.35 이상 0.45 미만이면 중간 수준,그리고 0.35 미만이면 불평등하다고 본다. A국의 10분위 분배율은 2(40/20)이며 B국의 10분위 분배율은 0이다. 정답은 ④번
오춘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사치성 서비스산업과 일자리
사람들에게 유용한 생산물 가운데 유형적인 것을 재화라고 하고 무형적인 것을 용역 또는 서비스라고 한다. 원료와 제품을 공장과 최종 매장까지 실어 나르는 물류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물류 이외에도 금융,통신,숙박,음식,부동산중개,의료,교육,관광,문화오락 등 매우 다양한 서비스 생산활동이 모두 서비스산업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전체 취업자 가운데 19%가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총생산의 28%를 생산하였는데,56%를 생산한 서비스산업은 취업자의 65%를 고용하였다. 그리하여 취업자 1인당 생산,즉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이 서비스산업의 1.7배에 이른다. 이 현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이 더 낮은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가 저장 불가능하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사람들이 저장 불가능한 서비스를 소비하려면 반드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그 시점에서 서비스를 생산해 주어야 한다. 내가 머리를 다듬고 싶을 때 이용사가 내 머리를 다듬어 주어야 하듯이 생산과 소비의 시점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용사 한 사람이 하루에 열 사람의 머리를 다듬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시에 몰려 든 열 사람은 감당하지 못한다. 열 사람이 각자 다른 시간에 이용사를 찾는다면 혼자서도 열 사람의 머리를 다듬을 수 있지만,이들이 동시에 몰려오면 열 사람의 이용사가 일을 해야 한다. 같은 양의 일이지만 동시에 몰려들 경우의 노동생산성은 띄엄띄엄 올 경우의 10분의 1로 떨어진다. 그러나 일자리는 오히려 10배로 늘어난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은 같은 규모의 생산활동을 펼치더라도 제조업보다 더 많은 사람이 생산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제조업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서비스 생산이 확대되려면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당면과제가 된 지금 수요를 충분히 늘릴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까지 고도성장에 성공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는 부자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소득이 많아진 부자들은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고급서비스를 소비한다. 특히 골프,관광,그리고 고급 의료서비스 등 사치성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다. 이에 비해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는 개발시대의 각종 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근검절약에 익숙한 서민정서 또한 사치성 소비를 곱게 보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치성 소비의 국내 공급단가는 매우 높고 그 산업도 발달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국내 부자들은 골프 여행 등 외국에 나가서 돈 쓰기 바쁘고 중국 부자들도 한국에는 잘 오지 않는다. 각종 규제를 대폭 정비하여 서비스 공급 단가를 낮추고 사치성 서비스를 친절하게 제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일자리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경제토플 TESAT]
`피터팬 신드롬` 정부가 만들었다
● 금주의 칼럼
☞ 한국경제신문 3월30일자 A42면
한국에서 새로운 대기업의 등장이 끊어진 지 오래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부르짖은 지도 오래되었지만 중소기업들은 항상 정부의 지원에 목을 매고 여전히 소규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이 제기되고 있다. 정규재 논설위원은 정부의 규제와 지원이 기업의 성장을 오히려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벌급 기업이 되면 수많은 규제가 새로 적용되고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일순간 다양한 지원책이 폐지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규제나 지원의 기준점 이하에서 기업 규모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정 논설위원은 이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처럼,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거부한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더 이상 출현하지 않는 원인을 통상 기존 대기업의 시장장악 등에서 찾는 것과는 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규모별 분포 상황이 왜곡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중소기업 중에서 성공한 중견기업이 나오고,이 가운데 대기업이 배출돼 '깔때기' 모양을 이루는 게 바람직한데,지금은 허리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든 '압정'과 같은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는 데 따라 당근은 없고 채찍만 늘어나는 형국이니 모두 이를 피하려 해서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등 14개다. 전년에 비해 1개가 줄었다. 정 위원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 새로운 글로벌 강자와 강력한 중견기업을 키우자고 주장한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0년4월1일자 A3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