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 8> 부가세 인상 논란
2012. 12. 04
도마위에 오른 부가세 인상
- 나라살림 건전해지겠지만 물가 급등·경기침체 부작용 우려 커
◆ 부가세 인상 논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대선 주자들의 복지공약을 비판하면서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제안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건전재정포럼 대표인 강 전 장관은 3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양극화 대응과 사회안전망 보강에 재정 확대가 필요하지만 확실한 대책이 없으면 순식간에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 11월 1일 연합뉴스
☞ 1977년 7월 도입된 부가가치세(부가세, Value Added Tax)는 일상 생활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살때 내는 세금이다. 세율은 10%다. 10만원 짜리 물건을 사면 1만원을 부가세로 내는 것이다. 부가세는 세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사람과 납세의무자가 다른 간접세여서 소득이 적은 사람이 소득이 많은 사람보다 부담률이 훨씬 높다는 단점이 있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대선 후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복지 공약을 내놓고 있다. 향후 5년간 양 당이 내걸은 교육ㆍ보육ㆍ의료ㆍ일자리 등 공약을 실현하려면 새누리당은 75조3천억원(연간 15조원), 민주통합당은 164조7천억원(연간 33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요구가 거세다. 하지만 지금도 나라살림이 빠듯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할지에 대해선 두 당 모두 책임있는 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봉균 전 장관이 부가세 인상을 제안한 것은 그나마 이게 현실성있는 방안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세는 정부의 세수(조세수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부가세는 58조여억원이다. 현재의 세수 추계를 따를 경우 부가세율을 2%포인트 높이면 연간 12조~15조원 가량 세금을 더 걷게 된다.
그러나 부가세를 높이는 건 상당한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첫째는 물가급등 우려다. 세금이 2%포인트 올라가면 각종 생필품은 물론 이·미용료까지 최소한 2% 가격이 뛴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일부 사업자는 부가세 인상을 틈타 물건 값을 5%, 10%씩 올리려 할 것"이라며 “이는 소득세나 법인세를 올리는 것보다 국민 고통이 크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를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 지난 1997년 일본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가세율을 3%에서 5%로 올렸다. 그 결과 국민들의 소비는 급격히 위축되고 일본 경제는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최근의 스페인도 한 사례다.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스페인 정부는 위기 해법의 하나로 지난 9월 부가세를 18%에서 21%로 인상했다. 그 결과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나 줄어들었다. 부족한 세수를 세율 인상으로 메우려 한 정책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하고 위기를 더 키우는 셈이 됐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18.5%)에 비해 낮다. 하지만 세금 부담률을 따질땐 전체적인 부담을 봐야지 한 종류의 세금만을 기준으로 해선 안된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나라 돈을 펑펑 써대 재정위기가 한창인 유럽보다는 낮지만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부가세는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할 세목"이라며 “걷기 쉽다고 부가세부터 올리기보다 복지지출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