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저금리를 위한 변명`
2012. 03. 29[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버냉키의 `저금리를 위한 변명`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저금리 정책을 둘러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행보가 구설수를 낳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의해 촉발된 금융위기가 저금리 탓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몇 차례 강연 등을 통해 주택가격과 금리 사이의 관계를 볼 때, 금리가 상승하는 긴축국면에서도 주택가격이 올랐던 국내외의 몇몇 사례를 근거로 저금리와 금융위기가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또한 Fed가 금리를 낮추기 훨씬 전부터 주택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을 설명하기에 모기지 금리의 하락폭이 너무 작다는 견해도 밝혔다. 다시 말해 주택가격에 버블이 생긴 데는 금리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더 컸다는 의미다.
그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은 경제의 취약성(vulnerabilities) 때문이라고 했다. 민간부문에서는 과도한 대출, 그것도 단기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리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의 실패 등 시스템의 취약성이 존재했고, 공적으로는 금융감독 당국의 허술한 규제와 감독이라는 취약성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을 단순히 시간 순서에 따라 저금리 탓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평면적이다. 다른 이유에서 주택가격 상승이 시작됐다고 해도 저금리로 인해 버블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버냉키 의장의 분석은 한편으로는 전임자였던 그린스펀을 감싸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경기회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자신을 변호하려는 생각이 더 컸던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낳고 있다.
Fed는 경기회복을 위해 이미 두 차례의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행한 바 있고, 제로 금리를 2014년까지 시한을 연장해 가면서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런 정책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경기회복에 집착해 유용한 정책 수단을 포기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이 같은 비판은 어느 정도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따라서 정책의 유연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라카와 일본은행 총재가 버냉키 의장을 겨냥해 저금리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일본의 자국 이해에서 출발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Fed는 금본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금융완화정책을 시행하지 못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통화론자들의 분석은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