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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엔화 약세의 배경

2012. 03. 22

[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27) 엔화 약세의 배경

 일본 엔화 환율이 또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엔화 환율은 그동안 매우 낮은 상태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들어 갑자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엔화 가치가 급속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엔화 가치는 1년 전 대지진 후에도 강세를 보였고, 유럽발 금융위기에도 고공행진을 지속해왔다. 2008년 달러당 110엔을 정점으로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엔화 가치는 추세적으로 강세를 보여 지난해 10월 75엔 선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그것도 2월 이후 갑자기 약세로 돌아서 달러당 80엔을 넘어섰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의 변동을 가지고 과장된 분석을 할 수 없지만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일시적 현상은 아닐 듯하다. 사실 그동안 일본 경제는 엔화 강세로 인해 많은 문제점을 노정해왔다. 가장 큰 것은 수출경쟁력 약화였다. 자타가 공인해온 ‘가전왕국’의 위상은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게다가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가 파산했고, 자동차 역시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내리막길 속에 엔화 강세의 여파를 맞는 형국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엔화 강세의 흐름을 돌려놓은 듯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대규모로 외환시장에 개입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을 써가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를 끌어올려서라도 엔화의 강세를 잡아보겠다고 나섰다. ‘물가상승 목표’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의지는 시장에서 일정한 반응을 얻는데 성공한 듯하다. 노벨상 수상자인 프리드먼 교수는 환투기 세력이 환율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즉 환율의 변동으로부터 차익을 얻기 위해서는 통화가치가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팔아야 한다. 따라서 특정 통화의 가치가 낮으면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가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가치가 높으면 해당 통화를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통화가치가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엔화 강세의 논리가 우세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엔화를 매입해 왔다면, 이제 어느 정도 엔화 가치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한 시기에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표명되면서 시장과 정부 사이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유변동환율제 하에서 핫머니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정부정책은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이를 적절히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할텐데 엔화 강세의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우리로서는 걱정이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어찌 바다가 평온하기만 할 것으로 기대하겠는가.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엔저의 파고 또한 넘어야 할 일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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