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인상으로 물가 잡기?
2012. 01. 12[노택선 교수의 생생경제]
지준율 인상으로 물가 잡기?
예상대로 연초부터 물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물가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에 부담을 갖고 있는 정부가 올해 치러질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어떻게든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된 2012년 통화신용정책 운용 방안에서 좀처럼 쓰지 않던 정책인 지급준비제도를 언급했다.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수단으로 지급준비제도의 활용 가능성 및 운용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발표된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3.3% 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막상 정책수단으로 지급준비제도를 들고 나옴으로써 올해도 물가안정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 되고 말았다.
지급준비제도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예수금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든지 중앙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금융기관은 고객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이를 다른 사람이나 기업에 대출해 줌으로써 예금과 대출금 사이의 금리 차를 주 수입원으로 영업을 한다. 그런데 받은 예금을 모두 대출해 줄 수는 없다. 누군가 예금을 찾으러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비율을 지급준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예금에 대해 확보해야 할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한다.
중앙은행은 바로 이 지급준비율을 조정함으로써 시중의 통화량에 영향을 주고 따라서 이는 중요한 통화정책 수단이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높이면 은행이 시중에 대출해 줄 수 있는 돈의 규모는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은 적어진다. 통화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통화량이 감소하면 물가가 떨어지고 이자율은 상승함으로써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지급준비율 정책은 그러나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활발하게 정책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지급준비율이 통화승수에 영향을 줌으로써 효과가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고, 또한 정책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시차(time lag)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06년 이후 지급준비율을 조정한 적이 없다.
정부가 올해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 부처별로 ‘배추 국장’과 같은 책임자 실명제를 실시한다는 웃기도 어려운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은 적잖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 인상을 정말로 시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그저 지급준비제도를 언급한 것이 물가안정에 대한 당국의 강한 의지로 비쳐져 경제주체들의 인플레 심리를 돌려놓기를 바랄 뿐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ㆍ경제학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