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 51> 빚 탕감의 모럴 해저드
2013. 06. 03
빚 안갚고 버티면 정부가 대신 갚아준다?
빚 탕감과 모럴 해저드
정부가 여러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올해 최대 100만여명이 빚을 탕감받거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게 됐다. 서민을 도우려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5월25일 연합뉴스
☞사정이 딱한 개인의 빚을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민행복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민간 금융회사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해줄 사람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4월 시작한 국민행복기금은 한 달 만에 11만명이 신청했다. 연말까지는 50만명이 채무탕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했다가 연체한 사람들에게도 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올해 7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10억원 이하의 기업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11만명의 빚을 70%까지 탕감해주는 지원방안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 수혜자가 올해만 3만20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신청자는 연말까지 7만~8만명에 이르고, 채무자의 빚을 줄여주는 ‘희망모아’ 프로그램 수혜자도 수만명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이 하우스 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자체 프리워크아웃과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하면 2만2000가구 정도가 혜택을 보게 된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서민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대신 갚아줄 것’이란 잘못된 생각이 사회적으로 뿌리 내리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각종 빚 탕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의 장기 연체율은 2011년 3월 0.91%에서 올 3월 1.92%까지 치솟았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외환위기 때 연대보증 채무자뿐 아니라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피해를 본 사람도 구제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채 탕감은 성실하게 빚을 갚아 나가는 채무자나 아예 빚을 쓸 기회도 없는 극빈층을 역차별하는 측면도 있다. 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과 공기업에 돌아가고 결국 국민 혈세로 막아야 한다. 정부는 수혜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