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공부방

<시사경제 36> 주주행동주의

2013.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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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 적극 참여해 이익 극대화 노리는 주주행동주의

변화하는 주주행동주의

휴렛팩커드(HP)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온 레이몬드 레인이 4일 결국 사임했다. 레인 의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 투표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한 결과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후임 의장을 선출하기 전까지 이사회 멤버이자 주주행동주의 투자자인 랠프 휘트워스가 임시 의장직을 수행한다. - 4월5일 연합뉴스

☞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는 말 그대로 ‘행동하는 주주(activist shareholder)’를 뜻한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고 있는 주주들은 대부분 회사가 경영을 잘해 이익 중 일부를 나눠주는 배당금이나 주가가 올라 시세차익을 올리는 데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주주행동주의는 여기에서 나아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임원 선임이나 교체 등 기업의 지배구조에까지 간여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행동하는 주주들은 기업 부실 책임을 추궁하거나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한다. 때론 투자 결정에 개입하기도 한다. 행동하는 주주들은 주주총회 등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거나, 표대결을 벌이는 방법도 동원한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경영진의 독단이나 횡포를 견제하는 한 수단이 된다. 주주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의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행동하는 주주들의 목적은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경영진에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영보다는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한다.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은 행동하는 주주의 한 사람이다. 애플 주식 130만주(0.12%)를 갖고 있는 아인혼은 최근 “애플이 1370억달러(148조원)의 현금을 쌓아 놓고도 주주들에게 제대로 배당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은 아인혼의 주장에 대해 “나머지 주주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적지 않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2006년 국내에서 KT&G 경영 참여를 시도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칼 아이칸도 대표적인 주주행동주의자로 꼽힌다. 그는 2007년부터 모토로라 솔루션스의 지분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2011년에는 구글이 모토로라의 새 회사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인수하도록 만들었다. 2008년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가 BEA시스템을 인수할 당시에도, BEA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칸은 인수가를 높여 잡도록 압력을 넣었다.

칼 아이칸이나 커크 코커리언 등 행동주의 주주들은 기업 사냥꾼(raider), 주주총회 방해세력(distraction), 불만주주집단(dissident group)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1980년대 M&A 열풍 당시 단기차익 극대화를 겨냥한 결과 황제적 주주 등 탐욕적인 약탈자로서의 인식이 강하게 각인됐다. 이들의 경영 간여 부작용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파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새로운 형태의 주주행동주의가 탄생하고 있다. 새 주주행동주의는 충실한 사전 기업조사, 여타 투자자들과의 공조 강화,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업가치 극대화 등 기업 사냥꾼적인 주주행동주의에서 진화하는 모습이다.
-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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