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공부방

경제학 톡(10) 양적완화와 환율

2012. 10. 18

지난달 유럽과 미국,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결정을 발표했다. 이에 중국과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선진국들의 이러한 정책을 비판했다. 양적완화가 무엇이기에 다른 나라들의 비판의 대상이 됐을까?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방식 중 하나다. 지난 번 글에서 한국은행이 환매채를 사들여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의 전반적인 금리 수준은 떨어지고 민간의 통화도 늘어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공급을 늘리는 것이 양적완화다. 예컨대 유럽의 경우 유로존의 경제위기 국가의 국채 매입, 미국은 주택담보저당채권(MBS) 매입, 일본은 자산매입기금 확대를 통해 자국 통화량을 늘리겠다고 한다. 이렇게 통화량을 늘리면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달러화, 엔화의 공급이 늘어난다.

외환시장은 다른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특정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 달러화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 양적완화로 달러화가 흔해지면 우리는 더 싼 가격에 달러를 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는 올라갔으므로 이런 상황을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평가)절상됐다’고도 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통화의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하므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떨어졌다’고도 한다. 따라서 특정 통화에 대한 어떤 통화의 ‘평가절상’과 ‘환율 하락’은 같은 의미다.

우리가 달러화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달러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유로화나 엔화에 대해 원화가 평가 절상되면 해당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이나 해당국으로의 여행이 싸진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수출품이나 여행상품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비싸질 것이다. 중국과 우리나라가 그들 나라의 양적완화를 비판한 것은 양적완화의 결과 수입은 늘고 수출은 줄어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 우리나라의 주가지수도 다소 올랐다. 그 배경에는 앞으로 달러화, 유로화,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더욱 오를 경우 원화로 표시된 주식이나 채권 가치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유입된 국제 투기자본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원화 가치가 충분히 오르면 환차익을 거두고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원화 평가절상으로 수출이 더욱 어려워진다면 경제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로는 돈을 풀어 환율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돈을 풀 경우 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에 쉽게 쓰기 어려운 정책이다. 이래저래 우울한 가을, 그나마 싸이의 선전이라는 위안거리가 있어 다행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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