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톡(6) 선물시장과 투기
2012. 10. 05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지난주에 애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농산물 국제가격과 관련된 기사를 접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농산물 선물가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12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부셸당 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식이다.
선물(future)은 옵션(option) 스와프(swap)와 함께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이란 원자재, 곡물, 통화,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의 가치에 따라 새로운 현금흐름이 만들어지는 금융상품이다. 옥수수를 예로 들어보자. 내가 시장에 가서 옥수수를 사면 현물(spot)거래다.
반면 선물거래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거래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내가 옥수수 12월 인도분 선물을 부셸당 8달러에 샀다면 12월에 부셸당 8달러를 주고 옥수수를 사야 하는 것이다. 옥수수 가치에 따라 옥수수 선물의 현금흐름은 어떻게 결정될까. 12월이 되어 옥수수 현물가격이 8달러보다 높은 9달러라면 선물 계약을 한 옥수수 파는 쪽은 현물로 팔 때보다 부셸당 1달러씩 손해를, 반면 사는 쪽은 1달러씩 이익을 보게 된다.
반대로 12월에 실제 옥수수 가격이 8달러보다 낮으면 이익과 손해를 보는 쪽이 뒤바뀐다.
따라서 옥수수 가격이 지금보다 오를 것 같으면 옥수수를 파는 쪽은 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선물계약을 맺으려 하고, 사는 쪽도 12월 현물가격이 자신이 산 선물가격보다 더 높기를 바라면서 지금보다 높은 가격이라도 선물을 살 것이다.
아직 수확도 안 된 옥수수에 대해 최근 선물가격이 오른 것은 극심한 가뭄 때문에 앞으로 옥수수 공급이 크게 줄어들어 12월 현물가격이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선물을 포함한 파생상품의 일차적 기능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옥수수를 재배하는 입장에서는 혹시 떨어질 수 있는 가격을 미리 약속받을 수 있어서 좋고, 사는 입장에서도 반대로 오를 수 있는 가격을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투기세력들도 사고팔 때의 가격 차이를 노리고 파생상품을 많이 거래한다. 특히 전체 거래금액의 일부만 증거금으로 걸어두면 파생상품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투기세력이 돈을 버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투기거래는 다양한 정보가 시장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들의 치열한 정보수집 결과 우리는 몇 달 후에나 알 수 있을 가격을 오늘 대충 알 수 있게 된다.
시장에 신속하게 정보가 반영되는 것은 경쟁시장의 전제 조건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투기세력을 참아줄 것인가, 아니면 시장 효율성을 조금 포기하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투기를 규제할 것인가. 역시 공짜는 없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