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위안화 변동폭 확대의 노림수
2012. 04. 26중국이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늘리면서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0.5%에서 1%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달 들어 이미 해외 자금의 중국 내 투자한도를 늘린 바 있어 이들이 일련의 금융개혁 조치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중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줄곧 페그제를 유지해왔다. 페그제란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묶어두는 것으로 가장 강력한 고정환율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심해지면서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정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고, 마침내 2005년 7월 통화바스켓제도를 시행하면서 환율변동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후 2008년 7월 세계 금융위기로 다시 페그제를 채택했다가 2010년 6월 관리변동제로 복귀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그동안 대체로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중국 경제의 성장을 지탱해온 수출에 지장을 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위안화의 통화가치는 서방국들이 바라는 대로 높아지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결과가 되었으며, 이 때문에 서방국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그러던 중국이 그동안 축적된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 규모를 배경으로 이제 국제통화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제고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제동을 걸기에 이르렀다. 중국 정부는 2010년에 이미 중국 내 자본시장의 개방을 포함한 금융개혁 5개년 계획을 세웠고 이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위안화를 달러와 함께 기축통화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솔솔 흘려왔던 것이다. 이번에 시행한 환율 변동폭의 확대도 이런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많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우선 이번 조치의 시기가 중국 경제성장률이 다소 완화된 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성장이 낮아지면 아무래도 위안화 가치의 상승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환율 변동폭의 확대가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조치와 같이 시행된 점도 중국 정부의 교묘한 전략으로 보인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 길을 트면서 환율 변동폭을 확대한 것은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대선을 치르는 미국은 이미 후보로 나선 이들이 경쟁적으로 위안화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정치의 계절을 일단 피해 가야 하는 측면도 있으니 이런 제스처가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조치를 일단 환영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미국이 바라는 대로 위안화 절상으로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