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가 `부자`위한 정책?
2010. 03. 04[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법인세 인하가 `부자`위한 정책?
법인세는 기업 이윤에 대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다. 세계화가 투자의 국경을 무너뜨리면서 2000~2009년 사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법인세율은 평균 33.5%에서 26.3%로 낮아졌다. 특히 아일랜드는 24%(2000년)이던 법인세율을 12.5%(2009년)로 낮추고 외국인투자 유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세계화와 법인세율 인하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일자리가 없는 탓에 청년 실업이 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투자가 늘면서 과거에는 10명이 하던 일을 7명이 해내는 시대가 되었다. 근로자 10명을 쓰던 공장이 3명을 해고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에 고용을 확대하려면 공장을 더 많이 지으면 된다. 나라마다 서로 더 많은 공장을 유치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법인세율 인하는 가장 널리 활용되는 투자 유치 수단이다. 물론 세금 감면이 전체 투자 규모를 늘린다는 보장은 없다. 원래 투자할 생각이 없는 기업이라면 법인세율을 낮추더라도 투자하지 않겠지만,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기업은 기왕이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공장을 세울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기업은 세금과 임금이 높은 모국을 버리고 조건이 더 좋은 외국에 공장을 설립한다.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는 그만큼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 불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불황이라도 기본 투자는 있다. 각국은 계획된 기본 투자를 내 나라에 한 건이라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하여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세제 개편의 일환으로 평균 27.5%이던 법인세율을 24.2%로 인하하였다. 그러나 부자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그 시행이 일부 유보된 상태다.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를 통하여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투자를 유치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전략의 핵심이다.
법인세는 또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다. 주식회사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윤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하고,남은 이윤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그런데 주주는 이미 법인세를 낸 배당금에 대하여 다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이중과세의 부담을 진다. 반면에 개인회사 사주는 회사의 이윤에 대하여 개인 소득세만 내면 된다.
회사가 파산하면 개인회사 사주는 회사의 모든 부채를 책임져야 하지만 주식회사의 주주는 그 부채가 아무리 많더라도 자신의 주식만 포기하면 된다. 주식회사 이윤에 대한 이중과세는 이러한 유한책임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주식회사가 아니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현대적 기업 활동을 감당하지 못한다. 유한책임은 이제 특혜가 아니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불가피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인세 납부액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의 소득세를 감면해 줌으로써 이중과세를 실질적으로 해소해 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010년 3월 4일자 A3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