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 115>기업 고용형태 공시제
2014. 08. 04
고용형태 공시제
기업 고용 형태 공개 정책은 또다른 규제 - 재계, 반강제 여론재판 변질 우려
◆ 고용형태 공시제
정부가 처음 시행한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가 나오면서 고용의 질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42개 기업의 고용형태 공시를 취합한 결과 “전체 근로자 436만4000명 가운데 직접 고용 근로자는 348만6000명(79.9%), 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 고용 근로자는 87만8000명(20.1%)으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 7월 2일 연합뉴스
☞ 기업 경영에 대한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너무 많아 기업들의 투자와 기업가정신을 헤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또다시 의욕을 꺾을 만한 제도가 시행됐다. 고용형태 공시제가 바로 그것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정부가 기업의 채용에까지 관여하는 정책으로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당초 목적과는 달리 일자리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행태 공시제는 기업들이 매년 1회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2년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으로 도입됐으며 올해 처음 시행됐다. 공시를 해야 하는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이다. 다만 공시를 하지 않아도 벌칙은 없다.
정부가 고용형태 공시제를 도입한 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사업주들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 공시 대상 기업 2947곳 중 2942곳(99.8%)이 공시를 했다. 공시결과를 보면 평균 80% 정도가 직접고용 상태이며 나머지 20%는 간접고용이었다. 5명 중 1명꼴이다. 대기업일수록 간접고용이 많았다. 1000명 이상 대기업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23%)은 간접고용 형태로 일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고용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기류다.
고용의 질 개선은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경기는 장기 디플레에 접어들 가능성이 없지 않고 괜찮은 일자리는 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정규직을 강제해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을 때 늘어나는 법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기업들에겐 또다른 규제고 짐이다. 일종의 반강제 여론재판쯤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면 이곳저곳서 공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으로선 두 사람을 쓸 걸 한 사람만 쓰고, 골치아프게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차라리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게 속편할 것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는 포퓰리즘적 정책의 또다른 사례다.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비정규직을 의무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이 역설적으로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처럼 고용형태 공시제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 고용형태 공시제를 실시하고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