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도 옹호했던 박제가…古典문제 꼭 나온다
2010. 03. 04[경제토플 TESAT]
사치도 옹호했던 박제가…古典문제 꼭 나온다
테샛시험이 미시경제학 연습문제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문제가 바로 그런 점을 잘 보여준다. 테샛은 경제이해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현실경제에 다양하고도 깊은 교양이 있는지도 평가한다. 인문학과 경제학의 통합적 사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테샛은 아래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드시 포함시킨다. 이 문제는 응시자 대부분이 정답을 맞힌다. 그러나 정답률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풀면서 응시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공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위 문제를 통한 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의 효과가 이 문제를 출제한 진정한 이유다.
[문제] 다음과 같은 주장의 글을 쓴 조선의 학자는 누구인가?
재물이란 우물에 비유할 수 있다. 퍼내면 물이 가득해지지만 길어내기를 그만두면 물이 말라버리는 것과 같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지 않으므로 나라에는 비단을 짜는 사람이 없고 기술이 피폐해졌다. 이지러진 그릇을 사용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기교를 부려 만든 물건을 소중히 하지 않다보니 나라에는 공장과 목축과 도공의 기술이 형편없다. 결국 기술이 사라졌다. 농업도 농사짓는 방법이 형편없다보니 황폐해졌고 상업을 박대하므로 상업 자체가 실종되었다. 사농공상 네 부류의 사람들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곤궁하게 살기 때문에 서로 구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①송시열 ②정도전 ③이황 ④이익 ⑤박제가
[해설] 17세기부터 간헐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실학적 지식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뛰어난 스승을 중심으로 하나의 학파를 형성해나갔다. 이들은 기존 조선의 유학자들이 내세운 성리학 절대주의만을 갖고서는 더 이상 국가를 지탱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피폐해진 조선의 민생을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학파로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성호학파와 박지원 박제가 등을 중심으로 한 북학파로 구별된다. 성호학파는 농업에 기반을 두고 국가의 부를 꾀하자는 중농주의를 취한 반면 북학파는 과학기술과 상업에 바탕을 두고 민생을 살펴야 한다는 이용후생(利用厚生),중상주의를 내걸었다.
'북학의'를 쓴 박제가(1750~1805)는 신분상의 차별이 엄격했던 시절에 서얼로 태어나 가난이 나라의 큰 적임을 깨닫고 가난을 물리치기 위한 각종 시책을 강구했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해외통상론자까지를 염두에 둔 상업의 활성화였다. 가난하면 상인으로 나서는 중국 사람들을 매우 현명하게 생각한 박제가는 그만큼 상행위 자체가 부를 창출하는 인간 행위임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집에 돈 한푼 없어 가난하면서도 상업을 천대하며 일하지 않고 체면치레에만 힘쓰는 조선 양반 사대부의 허세를 한탄했던 것이다. 그리고 생산기술과 도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박제가는 상인이 전체 인구의 10분의 3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특히 검소하다는 것은 물건이 있어도 남용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자신에게 물건이 없다 하여 스스로 단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며 소비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현실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학문을 하는 양반계층들은 도태시켜 버려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위의 글은 박제가의 북학의에 나오는 글로 소비와 경제의 중요성을 지적한 글이다.
정도전은 조선을 창건하는 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유학자이며 이황과 송시열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성리학자다. 성호 이익은 초기 실학자이지만 중농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학자였다. 정답 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경제토플 TESAT]
입시비리, 이럴줄 몰랐었다는 건지…
● 이주의 칼럼
☞ 한국경제신문 3월 2일자 A38면
올해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무자격 학생 250명 정도가 교장추천서를 통해 부정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은 중산층 또는 고소득 전문직 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도 서류 위조 의혹이 일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최근 입시학원가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쓰기 위한 상장 등을 만들어주는 브로커가 활동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조사 중이다.
자율고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간판이며,입학사정관 전형은 대학교 개혁을 상징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말께엔 100%에 가까운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선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규재 논설위원은 자율고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이나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이 필연적으로 비리와 부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인재를 뽑는다는 다양성 이념이나 철학 자체가 수많은 예외와 변칙을 낳는 것이다. 다양한 인재를 뽑는 입시제도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고 그 결과 정보력과 경제력이 뛰어난 부모의 아이들만 유리해진다.
정 위원은 의도가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에서 이들 제도를 설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무릇 정부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충돌할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를 예상해야지,선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보다 나은 이유는 바로 이 완전한 설계자를 시장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를 통해 교육문제를 적절히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둘 만한 칼럼이다. 하이에크나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원칙을 적용한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법인세 인하가 `부자`위한 정책?
법인세는 기업 이윤에 대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다. 세계화가 투자의 국경을 무너뜨리면서 2000~2009년 사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법인세율은 평균 33.5%에서 26.3%로 낮아졌다. 특히 아일랜드는 24%(2000년)이던 법인세율을 12.5%(2009년)로 낮추고 외국인투자 유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세계화와 법인세율 인하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일자리가 없는 탓에 청년 실업이 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투자가 늘면서 과거에는 10명이 하던 일을 7명이 해내는 시대가 되었다. 근로자 10명을 쓰던 공장이 3명을 해고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에 고용을 확대하려면 공장을 더 많이 지으면 된다. 나라마다 서로 더 많은 공장을 유치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법인세율 인하는 가장 널리 활용되는 투자 유치 수단이다. 물론 세금 감면이 전체 투자 규모를 늘린다는 보장은 없다. 원래 투자할 생각이 없는 기업이라면 법인세율을 낮추더라도 투자하지 않겠지만,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기업은 기왕이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공장을 세울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기업은 세금과 임금이 높은 모국을 버리고 조건이 더 좋은 외국에 공장을 설립한다. 법인세율이 높은 나라는 그만큼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 불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불황이라도 기본 투자는 있다. 각국은 계획된 기본 투자를 내 나라에 한 건이라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하여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세제 개편의 일환으로 평균 27.5%이던 법인세율을 24.2%로 인하하였다. 그러나 부자 감세 정책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그 시행이 일부 유보된 상태다.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를 통하여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투자를 유치하여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전략의 핵심이다.
법인세는 또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다. 주식회사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윤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하고,남은 이윤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그런데 주주는 이미 법인세를 낸 배당금에 대하여 다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이중과세의 부담을 진다. 반면에 개인회사 사주는 회사의 이윤에 대하여 개인 소득세만 내면 된다.
회사가 파산하면 개인회사 사주는 회사의 모든 부채를 책임져야 하지만 주식회사의 주주는 그 부채가 아무리 많더라도 자신의 주식만 포기하면 된다. 주식회사 이윤에 대한 이중과세는 이러한 유한책임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주식회사가 아니면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현대적 기업 활동을 감당하지 못한다. 유한책임은 이제 특혜가 아니라 대규모 자금 조달에 불가피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법인세 납부액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주주의 소득세를 감면해 줌으로써 이중과세를 실질적으로 해소해 주고 있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경제신문 2010년 3월 4일자 A3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