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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54> 관치금융과 노치(勞治)
2013. 06. 24
관치금융과 노치(勞治)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정부의 금융기관 인사 개입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민간 금융회사인 BS금융 회장에게 사퇴를 권고한 데 대해 ‘관치금융’을 거론하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 6월17일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공무원(관료) 출신의 부각이다. 적지 않은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요 자리에 임명돼 일을 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는 관료 출신들의 득세 현상이 심하다. KB금융 차기 회장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임영록 사장이 내정됐으며, NH농협금융 회장에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이 선임됐다. 산은지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등도 모두 관료 출신이나 정부가 사실상 임명한 인물이 CEO(최고경영자)다. 감사위원 자리도 관료 출신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 능력있는 관료 출신이 금융사 CEO가 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금융산업의 관치를 확대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IT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선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데 유독 금융산업에선 한국이 이렇다 할 글로벌 플레이어가 없는 이유로 관치금융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관치금융(官治金融)은 정부가 재량권을 활용해 민간 금융회사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인사와 자금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관치금융이 좋지 않은 건 금융사 내부 직원들이 경영진으로 발탁될 길을 봉쇄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니 은행 CEO가 되기 위해선 회사를 키우거나 수익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힘있는 정부 관료에 줄을 대는 게 더 중요하다. 은행 인사철이 올 때마다 로비가 난무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관료 출신의 은행 CEO 임명은 노동조합과의 야합이라는 잘못된 관행도 낳고 있다. KB금융지주 본사에선 최근 노조가 임영록 회장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금융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그러면 새로 임명된 CEO는 임금 인상 등 적당한 ‘당근’을 주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니 회사 경영엔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관치가 노치(勞治ㆍ노조에 의한 통치)를 낳는 셈이다. 왜 매번 은행 CEO 임명엔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은행들의 주인이 없어서다. 주요 은행들은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가 없다. 이러니 주인없는 빈 산에 정부가 노조 비위나 맞춰가며 떡 하니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정부 지분이 전혀없는 BS금융 회장을 물러나도록 압박하다가 사단이 났는데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보여주고 있다. -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