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기업대출 양극화…자금시장의 역선택이 원인
2012. 02. 02[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24) 기업대출 양극화…자금시장의 역선택이 원인
기업 대출에 있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예금은행 기업대출 통계를 보면 2011년 12월 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41조원 수준으로 12월 한 달에만 10조2000억원이 감소한 반면 대기업에 대한 대출잔액은 115조원을 넘는 수준으로 같은 달에 1조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한은에서는 중소기업법 시행령의 개정에 따라 기존에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던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 대출이 ‘대기업 대출’로 재분류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대출시장에서의 양극화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자금시장에서의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출시장에서는 자금을 차입하려는 사람(borrower)과 대부자(lender)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역선택이 발생한다. 차입자는 스스로의 특성, 즉 자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는 반면 대부자의 경우 차입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금리가 형성되고 대출이 이뤄지게 되면 자금사정이 좋은 기업은 평균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 대출받기를 꺼리는 반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은 주어진 금리에서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고자 할 것이다. 결국 은행은 자금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을 상대로 대출 거래를 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업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은행으로선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자금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에는 대출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약한 기업에 대한 대출은 제한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대출 자체를 제한하는 신용할당(credit rationing)을 실시하는 것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자금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대출이자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자금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에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의 불균형으로 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은행으로서는 일반적인 기준, 예를 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같은 분류기준에 따라 금리를 차등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출 금리차는 0.5~0.6%포인트 정도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약 1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대출 양극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은행으로서야 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에 더 많이 대출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옥석을 가려 우량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일이 없어야겠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