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공부방

사치성 서비스산업과 일자리

2010. 04. 01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사치성 서비스산업과 일자리
 
사람들에게 유용한 생산물 가운데 유형적인 것을 재화라고 하고 무형적인 것을 용역 또는 서비스라고 한다. 원료와 제품을 공장과 최종 매장까지 실어 나르는 물류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물류 이외에도 금융,통신,숙박,음식,부동산중개,의료,교육,관광,문화오락 등 매우 다양한 서비스 생산활동이 모두 서비스산업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전체 취업자 가운데 19%가 제조업에 종사하면서 총생산의 28%를 생산하였는데,56%를 생산한 서비스산업은 취업자의 65%를 고용하였다. 그리하여 취업자 1인당 생산,즉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이 서비스산업의 1.7배에 이른다. 이 현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이 더 낮은 까닭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가 저장 불가능하다는 점도 그 중 하나다. 사람들이 저장 불가능한 서비스를 소비하려면 반드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그 시점에서 서비스를 생산해 주어야 한다. 내가 머리를 다듬고 싶을 때 이용사가 내 머리를 다듬어 주어야 하듯이 생산과 소비의 시점이 일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용사 한 사람이 하루에 열 사람의 머리를 다듬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시에 몰려 든 열 사람은 감당하지 못한다. 열 사람이 각자 다른 시간에 이용사를 찾는다면 혼자서도 열 사람의 머리를 다듬을 수 있지만,이들이 동시에 몰려오면 열 사람의 이용사가 일을 해야 한다. 같은 양의 일이지만 동시에 몰려들 경우의 노동생산성은 띄엄띄엄 올 경우의 10분의 1로 떨어진다. 그러나 일자리는 오히려 10배로 늘어난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은 같은 규모의 생산활동을 펼치더라도 제조업보다 더 많은 사람이 생산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제조업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서비스 생산이 확대되려면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당면과제가 된 지금 수요를 충분히 늘릴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까지 고도성장에 성공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는 부자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소득이 많아진 부자들은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고급서비스를 소비한다. 특히 골프,관광,그리고 고급 의료서비스 등 사치성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중이다. 이에 비해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는 개발시대의 각종 규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근검절약에 익숙한 서민정서 또한 사치성 소비를 곱게 보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치성 소비의 국내 공급단가는 매우 높고 그 산업도 발달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국내 부자들은 골프 여행 등 외국에 나가서 돈 쓰기 바쁘고 중국 부자들도 한국에는 잘 오지 않는다. 각종 규제를 대폭 정비하여 서비스 공급 단가를 낮추고 사치성 서비스를 친절하게 제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일자리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승훈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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