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공부방

5회 세계화 문제와 해설

2010. 02. 18
[경제토플 TESAT]

[문제] 다음은 18세기 초 서부 독일의 한 시골 귀족이 쓴 글이다.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국제시장은 나의 고향인 서부 독일 오스나부르크의 독특한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첫째로 국제시장은 그 지역의 전통 경제가 만족시킬 수 없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로 여타 지역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들과 경쟁함으로써 길드의 전통적 생산 체제는 근간이 흔들리고,그것과 얽혀 있는 사회 정치적 토대도 함께 파괴된다. 결국 시장은 문화의 독창성과 다원주의를 파괴한다. 자본주의의 진척에 따라 지역 문화와 사회구조가 좀 더 광범위해진 시장에 의해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소도시는 지방 전체에 걸친 시장에 의해,지방 시장은 국가 전체의 시장에 의해,국가 시장은 국제 간 무역 시장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생산 과정의 '단순화'를 통해 제작된 상품들은 그 지역의 수공업자가 만든 물건보다 종종 질이 좋고 값도 싼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매상은 이처럼 유행과 사치품에 대한 선호를 조장하면서 번성하고 있다.
또한 소매상은 수공업자에게서 고객을 뺏어 수공업자들의 생계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새로운 국제 경제의 지역 하수인이다. 이렇게 해서 '유행은 지방 소도시의 가장 큰 약탈자'가 되어가고 있다. 토착적 취향이 국제적인 것으로 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지방의 소매상을 용납하지 않았다. 선조들은 시장의 자유 없이 살기를 고집했다. 그들은 우리 지역에서 유대인을 추방시켰다. 유스투스 뫼저(1720~1794)


다음 중 이 글의 저자가 지금도 지지할 만한 명제는?

① "교역은 국제 평화를 만들어내는 체제이기도 하다"-임마누엘 칸트
② "소비자는 광고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장 보드리야르
③ "분업이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킨다"-애덤 스미스
④ "비교우위가 국제 무역의 기본 동인이다"-데이비드 리카르도
⑤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야 한다"-프리드리히 하이에크

[해설] 이 문제를 대한 수험생 대부분은 아마 깜짝 놀랐을 것이다. 오늘날의 논변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반(反)세계화 논변이 이미 18세기에 쓰여졌다는 사실에 말이다. 세계화라는 말은 1960년대 이후에 생겨난 말이지만 반세계화 논변은 이미 상당한 역사를 갖고 있다. 제시문은 18세기 독일의 철학자이며 법학자인 유스투스 뫼저(1720~1794)의 사상을 요약한 글이다. 뫼저는 18세기 자본주의 비판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나부르크라는 서부 독일의 조그마한 도시에서 옛 전통과 질서가 시장경제의 침투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한탄하고 있다. 반세계화 논변의 전형적인 구조다.

뫼저는 시장경제의 번성과 세계화가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고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이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미덕의 전통을 몰아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뫼저의 이런 논변은 물론 동시대를 살았던 애덤 스미스에 의해 철저하게 논파당한다. 스미스는 뫼저가 옹호하는 전통사회야말로 귀족들의 특권을 구조화하고 길드의 수구적 독점체제가 온존하면서 주민들의 생활을 농노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세계화 주장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지배층의 특권구조를 옹호하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 문제의 보기 중 칸트의 주장이 응시자들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겠는데 칸트는 그의 '영구평화론'에서 "국제 교역이 국가 간 평화체제를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지속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도덕철학자인 칸트는 사형제 찬성론으로도 유명하다.

위 보기 중 정답은 프랑스의 현대 사상가인 장 보드리야르이다.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로 보면서 소비를 충동하는 시장경제 체제를 비판했다. 리카르도와 하이에크는 자유시장경제 옹호론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답 ②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2010년 2월 18일자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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