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자연선택과 경로의존성

2011. 07. 07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자연선택과 경로의존성

 경로의존성은 표준이 스스로 강화한 경로를 이탈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그 비용을 감수하면서 표준을 바꿀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표준전압은 220V이지만 과거에는 110V였다. 불필요한 전선이 더 필요하고 전력 손실이 막심한 110V 표준전압을 220V로 바꾸려면 적지 않은 전기기구들을 폐기하거나 많은 비용을 들여 감압 보조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그러나 전력 손실을 막는 이익이 더 컸기 때문에 이 비용을 감수하면서 220V 표준으로 바꾼 것이다.

한전이 독점 국영기업이었던 만큼 표준전압을 바꾼 힘은 시장 경쟁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었다. 좌측보행이 우측보행으로 바뀌고 아파트나 땅의 면적을 평에서 ㎡로 표기하는 등 많은 표준이 정부 정책의 결정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기존 표준을 버리고 새로운 표준으로 옮겨갈 때의 이익이 엄청나게 크면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표준은 스스로 바뀐다. 그리고 이 표준의 변경을 주도하는 힘은 시장 경쟁이다. 가장 좋은 현실적 사례는 아날로그 표준을 밀어내고 등장한 디지털 표준이다.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휴대전화도 유사한 사례다. 시장 경쟁은 진화론적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서 표준을 선정한다.

진화론적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 감기 바이러스의 예를 보자.감기는 환자의 콧물에 직접 접촉해야 전염된다. 스스로 이동하지 못하는 감기 바이러스는 환자가 재채기할 때 튀는 콧물을 타고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바이러스가 자기 종족을 유지 · 확산할 수 있는 것은 환자로 하여금 재채기 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영특해 환자의 재채기를 유도하면 종족 번식에 더 효과적임을 깨닫고 그 능력을 터득해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화론은 처음부터 돌연변이로 재채기 유도 능력을 얻은 바이러스만 살아남았다고 설명한다.

여건에 잘 적응하는 종(種)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하고 만다고 하는 진화론적 설명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선택은 살아남는 종의 시각에서 보면 적자생존이고,멸종하는 종에게는 자연도태다.

QWERTY 자판이 도태하지 않고 경로의존성에 의지해 지속되고 있는 까닭은 문자배열을 바꾼 자판이 더 낫기는 하나 그 이득이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로의존성이 불량 표준의 자연도태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태당할 만큼 불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로의존성이 효과를 발휘했을 뿐이다.

이승훈  < 서울대 명예교수 >

  • TESAT 시험일정
  • 단체응시 안내
  • 접수확인 및 수정
  • TESAT 통계자료
  • TESAT 공부방
  • FAQ
  • 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