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존ㆍ폐의 논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가?
2008. 12. 04[목요기획]
경제 이해력 검증시험 `테샛` 따라잡기
오늘부터 테샛(TESAT) 공부를 위한 특별한 지면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매일 테샛 1개 문제씩을 한경 지면에 출제하는 것과는 별도로 매주 목요일 학습용 지면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은 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이승훈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지 벌써 30년을 넘겼습니다. 우리나라 경제학 교육의 산 증인이기도 합니다. 이 코너에서 독자 여러분은 시장경제 이론을 둘러싼 시중의 억측과 혼선,잘못된 이론들을 말끔하게 재정리할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읽어 볼 만한 칼럼'은 한 주일 동안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에 게재된 칼럼들 중 독자들이 꼭 읽어 두어야만 할 칼럼을 추천해 드리는 면입니다. 주요 내용만 소개하고 칼럼을 찾아서 읽는 것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이번주의 필독서'는 신간 안내는 아닙니다. 경제 관련 서적은 물론 일반 교양서적도 소개합니다. 한경 경제교육연구소가 엄선하겠습니다. 테샛 지면을 통해 경제 이해력을 훌쩍 키워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의 TESAT]
종부세 존ㆍ폐의 논리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가?
<들어가기>
테샛은 단순 암기식 문제를 배척한다. 시사용어를 줄줄 외우거나 경제학 원론의 기본 개념을 안다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경제원론 정도의 경제이해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래의 문제는 테샛의 대표적인 문제 유형이다. 이 문제는 시사 문제이면서 동시에 조세 제도에 대한 경제원론 수준의 기본 개념들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다. 시사와 경제원론 두 부분이 합쳐지면서 상황판단 문제로 질적 전환이 일어났다. 제 1회 테샛 시험에서 72번으로 출제된 이 문제는 종합부동산 세제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하면서 대립하는 주장들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한다. 연역적 추리 능력을 묻는 문제이며 말그대로 이해력을 검증하는데 적합한 문제 유형이다. 일단 문제부터 보자.테샛 시험을 치르지 않았던 독자라면 아랫 부분의 해답은 일단 덮어두고 문제부터 풀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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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 >종합부동산세의 존치와 폐지를 주장하는 다음의 글을 읽고 이들 논리로부터 유추한 보기의 설명 중 가장 부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존치론=종합부동산세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지방의 서민들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세금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부동산 보유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높다. 보유세율을 정상화한다는 의미에서도 종부세는 폐지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잡기 위해서라도 종부세는 필수적이다. 종부세를 폐지하는 것은 소수의 부자를 위한 것이다.
◆폐지론=선진국의 보유세는 대부분 종부세와 같은 누진율이 아닌 정률세로 운영된다. 부동산을 가진 모든 국민이 동일한 세율로 납부하는 것이다. 일부 부자에게 지방재정에 대한 책임을 떠넘긴다는 면에서 이 세금은 정의롭지도 못하다. 더구나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했다고 해서 진짜 부자인 것도 아니다. 세금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없다.
① 존치론자의 논리대로라면 종부세가 아닌 재산세를 올려야 한다.
② 폐지론자는 세금은 고루 부담하는 보편성을 가져야 정의롭다고 본다.
③ 폐지론자는 순자산에 매기는 부유세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
④ 존치론자는 세금 인상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⑤ 폐지론자는 보유세를 무겁게 매기는 것에 포괄적으로 반대한다.
< 해설 >
독자 여러분들은 정답을 고르셨는지.이 문제는 지난 11월에 치러진 1차 시험에 출제되었다. 많은 응답자들은 3번을 정답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35.7%) 그러나 정답은 아쉽게도 5번이다.
'폐지론자는 부유세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3번 선택지를 정답으로 고른 사람은 폐지론의 논거중 '고가 부동산을 보유했다고 해서 진짜 부자인 것도 아니다'는 부분을 흘려 읽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읽지 않았기 때문에 '종부세 반대는 곧 부자들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쉽게 결론짓게 되고 결과적으로 3번을 고르게 되었다. 주장을 비판적으로 읽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주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많은 사회적 쟁점들을 단순히 이념적 편가르기 식으로 받아들이고 만다면 진정한 토론이 성립되기 힘들다. 종부세를 찬성하면 가난한 서민의 편, 반대하면 부자들 편이라고 예단한다면 더이상 진지한 토론은 불가능하다.
이는 1번 선택지를 고른 응답자도 마찬가지다. 이 그룹의 응답자들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오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등 많은 선진국들은 자산가액 1%의 높은 세율을 부자 서민 가리지 않고 매기고 있다. 그러나 이 높은 세율의 세금은 재산세를 말하는 것이지 종부세가 아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률이 27%에 불과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논쟁 구조가 이념적이며 선입관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어떤 주장이든지 엄정한 논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테샛은 앞으로도 이같은 유형의 문제를 출제할 생각이다. 경제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정치적 주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과 다르다. 충분한 경험적 증거들과 이것들로부터 도출되는 연역적 추론 능력이 요망된다. 이런 문제는 물론 암기한다고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소 공부가 필요하고 또 상대의 견해를 깊이 있게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독자 여러분들은 위의 문제를 재미있게 푸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답!"이라고 안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테샛 문제는 이처럼 상당한 정밀도를 요구하는 문제로 구성될 예정이다. 치밀하고도 폭넓은 사고가 바로 경제이해력을 검증하고자하는 태셋이 추구하는 가치다.
박주병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시장은 먹고 먹히는 정글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활에는 자원이 필요하다. 기본적 의식주는 물론이고 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기 위하여 사람들은 물자를 원한다. 이 물자를 재화라고 한다.
영화나 여행처럼 손에 잡히는 물자가 아니면서 생활에 긴요한 형체 없는 것들도 많다. 이것들을 용역 또는 서비스라고 부른다.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원이다. 각종 지하 자원과 임수산 자원,그리고 인적 자원에 이르기까지 자원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나 모든 자원은 특정 시점에서는 항상 그 수량이 유한하다. 사람들에겐 재화와 용역이 많을수록 좋은데 자원은 항상 유한한 것이다. 이러한 자원의 특성을 희소성이라고 한다. 희소한 만큼 자원은 가장 필요한 용도에 알뜰하게 써야 한다. 자원을 알뜰하게 쓰는 개인은 헤프게 쓰는 사람보다 윤택하게 산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원을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쓰도록 된 나라는 번영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쇠락한다. 같은 자원을 쓰더라도 더 필요한 일을 하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원을 더 절약하면 일을 더 잘하는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원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하여 그 용도를 선택하게 만든다.
그런데 정해진 수량의 자원을 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한 용도에 쓰겠다고 나서면 그 수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모자랄 수밖에 없다. 필요에 비하여 자원의 수량이 모자라면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모자라는 자원을 용도별로 배정해야 하는 것이다.
계획경제에서는 국가가 나서서 자원을 배정하지만 시장경제에서는 경쟁에 맡긴다. 사람들은 서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은 사람들이 그 용도를 잘 선택하도록 몰아가고 부족은 경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경쟁에 아무 규칙도 없다면 시장은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이 지배할 것이다. 시장 경쟁은 호가 경쟁의 규칙을 따른다. 남보다 더 높은 값을 지불하는 사람이 그 상품을 가져간다. 자기 소득을 더 많이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이기도록 안배하는 것이 시장 경쟁의 규칙이다. 상품이 모자라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사려는 사람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한다.
반대로 초과 공급이 발생하면 부족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판매 기회다. 기업은 판매 기회에 대하여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즉 상품 값을 인하하면서 경쟁한다. 만약 수요와 공급이 완전 일치하여 부족 사태가 나타나지 않으면 경쟁은 없어지고 상품은 그 가격에서 거래된다. 소위 수요ㆍ공급의 법칙이다. 호가 경쟁의 질서가 유지되는 시장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아니다. 그러나 호가 경쟁의 경쟁력은 결국 각자의 소득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경쟁 규칙은 결국 부자가 강자로 군림하는 규칙이다.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시장이라면 정글과 무엇이 다른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shoonlee@snu.ac.kr
[이번주의 필독서]
금융공황과 위환위기
이번 주의 필독서로 《금융 공황과 외환 위기 1870~2000》을 소개한다. 책 이름이 꽤 길다. 영남대의 차명수 교수가 지은 책이다. 금융위기 관련 서적으로는 《금융 투기의 역사》(에드워드 챈슬러 저)를 비롯한 십수 권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가 집필한 책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외환위기와 관련해서는 《실록 외환대란》(정규재 저) 등이 있지만 지난 100여년간 세계적인 산업화 과정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터져 나왔던 금융위기를 학문적 차원에서 어프로치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특히 환율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급격하게 요동 치는 환율에 대한 고민이 깊어 가고 있는 요즈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고 쓰고 있지만 줄 쳐 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하룻밤에 읽어 내리는 책은 아니다. 저자가 직접 붙인 영어 제목은 'Financial Panics and Balance of Payments Crisis,1870~2000' 이다.
지난 2004년 발간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저자는 이렇게 전망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발전은 한 나라가 대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정책을 집행하는 것을 점점 어렵게 만들 것이다. 나라 사이에 통화 정책 격차가 발생했을 때 더 큰 규모의 국제 자본 이동이 촉발되어 환율 변동이 증폭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다. " 통화 제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의 필독서라고 보기에 이 책을 추천한다.
[읽어 볼만한 칼럼]
존 B 테일러의 `영구감세론`
지난 11월28일자 한경 42면 '월드 투데이' 코너에 게재된 존 B 테일러의 기고문을 소개한다.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한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인 바로 그 테일러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쓴 글이다. 테일러 준칙은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의 기본 모델로 삼고 있는 원리로 '금리를 인플레에 맞추어 사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경제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칼럼은 '최고의 경기 부양책은 영구 감세'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어서 일독을 권한다.
감세냐 증세냐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치열한 이론 논쟁을 부르고 있다. "당장은 감세보다 재정 지출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감세 정책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지난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발언도 그렇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각 차는 당장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투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정부가 거시경제 안정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은 19세기 이후 경제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큰 논란을 불러왔고 또 위기가 터질 때마다 이를 계기로 중앙은행 제도의 탄생이나 확장적인 재정지출 구조의 고착화가 나타났던 것이 사실이다. 테일러 교수는 일회적인 감세나 재정 지출은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오히려 영구적인 감세, 다시 말해 장기적으로 낮은 세율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이 경기를 부양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감세냐 증세냐 하는 논란은 한국 미국은 물론 대부분 국가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주제의 하나다.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오늘의 논쟁들에 대해 나름의 시각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 칼럼은 그런 면에서 이번 주의 필독 칼럼으로 꼽을 만하다.
20081204_경제이해력검증시험'테샛'따라잡기_한국경제A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