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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140> 정치가 가른 중남미 경제

2015. 02. 09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정치가 가른 중남미 경제

◆희비 엇갈리는 중남미 국가들

중남미 국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을 펴 온 ‘태평양동맹 4개국’은 원자재값 급락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폐쇄적인 대외정책과 복지 포퓰리즘을 남발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주요 3개국은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 2월 5일 한국경제신문

☞ 중남미 국가들은 영토가 넓고 자원도 많이 가진 ‘자원부국’이다. 그런데 어떤 나라들은 경제가 상당히 좋은 반면 어떤 나라들은 엉망이다.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태평양동맹 4개국’이 전자의 대표라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3개국은 후자에 해당한다. 1991년 출범한 메르코수르(MERCOSUR)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등이 참여한 남미 공동시장이다. 당초 자유무역을 표방했으나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보호무역과 자립주의로 성향이 바뀌었다. 반면 2012년 출범한 태평양동맹은 자유무역, 경제통합, 국제교역 활성화 등 개방을 내세우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태평양동맹 4개국은 올해 3~5%의 성장이 예상된다. 콜롬비아와 페루는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기업 유치 정책에 힘입어 올해 4% 이상의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 멕시코는 지난해 브라질을 제치고 중남미 자동차 생산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20년께 브라질을 꺾고 중남미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남미의 맹주’였던 브라질은 기로에 서 있다. 2년째 ‘제로(0) 성장’이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올해 각각 -1.5%와 -7% 성장이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벌써 몇 차례 부도 위기를 넘나들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정치에 있다. 마틴 펠드스타인 미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멕시코의 경우 친시장적인 경제개혁과 외국인 투자가 맞물리면서 낮은 물가와 건전한 재정, 양호한 경상수지, 환율 안정 등 거시경제 기반이 튼튼해지고 있다”며 “멕시코가 향후 10년간 라틴 아메리카 경제의 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르코수르의 경우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 정책)이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꼽힌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1기 임기 중 빈곤층 현금 지원, 유류보조금 지급 등 복지예산을 대거 썼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증액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수 부족, 성장 둔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브라질은 원자재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위 10개 수출품목 가운데 9개가 원자재다.

베네수엘라도 변변한 제조업이 없고 석유제품이 전체 수출의 90%가 넘는다. 1999년부터 14년간 장기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선심성 무상복지에 펑펑 써댔다. 그 결과는 경제의 뒷걸음질과 물가 급등이었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세계적인 부국(富國)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 역시 뿌리깊은 페론주의(Peronism)가 나라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페론주의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정책으로 외국 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 등이 주요 골자다. 아르헨티나는 ‘중남미 경제 3위’ 자리를 올해 콜롬비아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이에 비해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칠레 등 ‘태평양동맹’ 국가들은 좌파정권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주도하는 메르코수르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었다. 그 열매가 지금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맺어지고 있다. 콜롬비아 싱크탱크 페데사로(경제사회연구소)의 호세 빈센테 로메로 거시경제분석국장은 “라틴아메리카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며 “개혁·개방과 친기업 정책 기조가 태평양동맹의 경제 번영 토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 다시 불붙은 증세와 복지 논란…세금 늘리기 전 복지 구조조정 시급

◆증세와 래퍼곡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세수를 자연스럽게 늘리되, 안 된다고 결론이 나면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어 추진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마지막 상황까지 간 건 아니다”고 말해 현 시점에서의 증세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복지 논쟁에 대해선 “복지 수준과 부담에 대해 컨센서스가 먼저 이뤄져야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 2월 5일 연합뉴스

☞ 정치권에서 다시 복지와 증세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은 복지 확충에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거둘지, 과연 지금의 복지 수준은 적절한 것인지로 요약된다.

정부의 복지 예산은 2013년 14.8조원, 2014년 19.8조원, 2015년 24.1조원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전체 예산의 30.8%(201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무상보육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 세 가지다. 하지만 세금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정부가 세운 목표치(국세 수입 목표치)보다 2012년 2.8조원, 2013년 8.5조원, 2014년 11.1조원이나 덜 걷혔다. 세금이 걷히지 않는데 정부의 씀씀이는 급격히 늘어난 셈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세금 감면을 없애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 여파가 지금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일 “증세는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그동안 ‘증세는 없다’에서 ‘(복지의 구조조정 후에도 불가피하다면) 증세할 수도 있다”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여당의 입장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증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야당)은 △복지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하며 △부자와 대기업들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업에 물리는 세금인 법인세율을 올리는 데 부정적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우리만 올리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부총리는 “세율을 올린다고 세금이 더 걷힌다는 건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도 했다. 세수와 세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을 ‘래퍼곡선(Laffer curve)’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A 레퍼는 세율이 높아지면 세수가 늘어나다가 최적 조세점을 넘어서는 높은 세율에서는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세율이 올라가면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이 감소하면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원천(세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전체의 31%다. 자영업자나 임대소득 등을 올리는 사람 중에서도 20.7%가 세금을 안 낸다. 법인세를 내지 않는 기업도 52%에 달한다. 연 20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재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은 19만명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는 현실에서 복지를 무작정 확대하는 건 사회의 도덕적 해이만을 낳을 뿐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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