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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 138> 연말정산과 세액공제

2015. 01. 26

생글생글 458호 2015년 1월 26일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뜨거운 감자''  연말정산…편법 증세가 조세저항 불렀다

◆연말정산과 세액공제

정부가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 올해 세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간이세율표를 조정해 이를 적용하고 세법 개정 과정에서 자녀 수, 노후 대비 등을 감안해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계층 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 부담이 적정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1월 20일 연합뉴스

☞ 직장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연말정산의 계절이 돌아와 지난해 낸 세금의 정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이 적지 않고 정산 작업 또한 예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은 예전엔 ‘13월의 월급’이라고 해서 낸 세금 중 일부를 돌려받는(환급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거꾸로 토해 내는 샐러리맨들이 많아졌다. 연말정산이란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연말정산이란?

직장인들은 매달 급여를 받는다. 이 월급에 일정 세율을 곱한 금액을 매달 소득세로 낸다. 소득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누진세여서 소득구간별로 세율도 달라진다. 하지만 때론 보너스도 받을 수 있어서 매달 월급이 같은 건 아니다. 따라서 월급 때마다 매번 정확한 소득금액을 산정하고 거기에 맞는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매겨야 하지만 인력과 시간낭비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근로소득은 세금을 매기기 편리하도록 만든 간이세액표에 의해 매달 세금을 부과한 후 다음해 2월에 전년 1년간 받은 전체 소득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다시 정확한 세액을 산정해 이미 납부한 세금과 실제 부담할 세금 차액을 정산하게 된다. 이를 연말정산이라고 한다.

만약 매달 낸 세금의 합계액이 연말정산을 통해 확정한 연간 세금과 비교해 많으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고, 반대로 매달 낸 세금의 합계액이 연말정산에서 산정한 세금보다 적으면 더 내게 되는 것이다.

세법 규정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을 과세표준이라고 한다. 과세표준은 직장인이 한 해 동안 받은 급여총액이 아니다. 전체 급여에서 법으로 정해놓은 금액을 뺀 금액이 과세표준이다. 법으로 정해진 금액을 빼는 것을 공제(控除)라고 한다. 공제에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다.

소득공제는 소득을 계산할 때 빼주는 금액이다. 전체 소득에서 소득공제액을 제외한 금액에 소득구간별로 정해진 세율을 곱해 세금을 계산한다.

세액공제는 아예 세금에서 빼주는 금액이다.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항목은 국민들의 복지 향상이나 정책의 목표, 세금의 효과적 징수 등을 위해 정부가 정하게 된다. 출산율 제고나 국민 건강 등도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A씨의 지난해 총 급여가 7000만원이라고 하자. 여기에 각종 소득공제액이 500만원이라면 총급여에서 소득공제액을 뺀 6500만원이 세금 부과의 기준 소득인 과세표준이 된다. 이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하면 세금이 산출된다. 그런데 소득세는 누진세로 소득구간별로 세율이 다르다. 현행 세율은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이면 6%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이면 15%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이면 24%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이면 35% △1억5000만원 초과는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A씨가 내야 할 세금은 1200만원×6% + 3400만원×15% + 1900만원×24% = 1038만원이 된다.

2013년에는 8800만원까지는 똑같고 △88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5% △3억원 초과 38%의 세율이 적용됐다. 1억5000만원을 초과한 고액 소득자들은 올해부터 세금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왜 세금을 대거 토하게 되나?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정부가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소득공제였던 것을 대거 세액공제로 바꿨다. 자녀 관련 소득공제, 연금저축·퇴직연금, 보장성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소득공제를 해주던 항목 거의 대부분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변경했다. 보험료(연금저축 포함)는 올 연말정산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12%, 교육비·의료비 등은 15% 세액공제해준다. 예전 교육비나 의료비, 보험료를 지출할수록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소득공제 방식과 비교해 절반 정도밖에 공제를 못 받는다.

자녀공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6세 이하 자녀 1인당 100만원, 2명 초과 자녀 1명당 200만씩 소득공제해주던 것을 올해는 자녀 2명까지는 1인당 15만원, 3명부터는 1인당 20만의 세액공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아이를 셋 키우는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의 경우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공제금액에서 24%(과세표준 4600만~8800만원 소득세율)를 돌려받았지만 이제는 절반밖에 세금을 환급받지 못한다.

올 연말정산에 특히 손해를 보는 사람은 과세표준이 7000만~2억원인 구간의 직장인과 자녀가 많은 직장인이다. 연봉 2억원을 넘거나 자녀 교육을 마친 부유층, 자녀를 출가시킨 부유층 퇴직자 등은 큰 영향이 없다. 이러니 직장인들이 ‘뿔난’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소비를 부추기고자 지난해 매달 세금을 덜 뗀 점도 올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직장인이 많아진 한 이유다. 가령 간이세액표를 고쳐 예년보다 매달 4만원의 세금을 덜 뗐다면 연말정산에서 추가 납부해야 할 세금은 50만원 가까이가 된다.

정부의 계획

최경환 부총리는 20일 올해 중 세법을 개정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줄었고, 총급여 55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는 2만~3만원이 증가하며, 상위 10%에 해당하는 7000만원 이상은 총액 1조3000억원의 세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의 일부 근로자 중 부양가족, 자녀, 의료비, 교육비 공제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해 세 부담이 증가하긴 하지만 개인적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연말정산 관련 문제 지적은 자녀 수가 많은 가정에 혜택이 적게 돌아간다는 것과 노후 대비 세액공제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올해 세제개편하는 과정에서 감안해 공제항목 기준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장(동국대 회계학과 교수)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지출은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에서 빼주는 게 원칙”이라며 “저출산과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과세 원칙은?

정부가 2013년 세법 개정시 소득공제를 대거 세액공제로 바꾼 근본적인 이유는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세금 인상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그렇지만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충당할 만한 세수(세금수입)는 부족한 상태에서 어디서든 돈 생길 곳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라는 편법을 썼다는 얘기다.

학자들은 정부가 국민에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으로 ‘넓고 낮게’를 꼽는다. 세금을 물리는 과세대상은 가능한 국민 모두에게, 물리는 세금은 가능한 한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야 국민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또 과도한 세금은 국민들의 경제 의지를 앗아가 결국은 경제를 망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벌칙적인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나라경제를 망치고 나서야 폐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 과세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기업이나 가계도 미래를 예상하며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슬로바키아 등 아예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단일세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누더기 세법’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매년 법을 고친다.

그러니 세무서 직원조차 연말정산 규정을 모르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세법 개정은 큰 이슈다. 때론 정권의 명운이 갈린다. 복지 지출을 위해 증세를 하려면 꼼수 대신 정공법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증세가 필요하다면 국민 모두 조금씩 더 낼 각오가 돼야 한다. ‘나는 안 되고 부자들만 더 내야 한다’는 식은 무임승차자를 양산해 극심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만 낳을 뿐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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