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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2) 스펙 초월 채용과 정보

2014. 06. 18

정부가 이른바 ‘스펙 초월 채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융 공기업 채용 때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을 원칙적으로 기입하지 못하게 하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최로 스펙 초월 채용설명회도 열었다고 한다. 오늘은 채용에 대한 경제학적 설명들을 이야기해보자.

채용을 둘러싼 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채용시장에서 거래 대상인 구직자의 근로능력에 대한 ‘정보’가 불균등하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경우 구직자는 자신의 근로능력에 대해 구인회사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거래 대상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쪽이 정보를 캐내기 위해 하는 행동을 선별(screening)이라 하고, 정보가 많은 쪽이 정보를 알리기 위해 하는 행동을 신호발송(signaling)이라 한다. 다양한 근로능력을 가진 구직자들이 섞여 있는 채용시장에서 구인회사들은 부족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인력을 ‘선별’하려 하고, 구직자들은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고자 자신의 근로능력을 드러낼 만한 ‘신호’를 열심히 만들어 보낸다.

문제는 구직자들이 회사의 선별 방법에 따라 자신의 근로능력을 드러내는 신호를 적응시키기 시작하면서 복잡해진다. 예컨대 채용시장의 가장 오래되고 흔한 선별수단은 구직자의 학력이다. 만약 학력을 선별 방법으로 이용하는 회사가 채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면 구직자들은 더 강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굳이 학력을 높이려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렇듯이 대부분의 회사가 학력을 고려한다면 구직자들은 학력을 높이려 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도 구직자와 구인회사가 잘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즉,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전적·정신적 비용이 들어가는데 학습능력이 크지 않다면 그 비용도 더 많이 들 테니 이를 감수하면서 학력을 실제로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이성적’ 계산과 달리 한국처럼 고학력을 추구하는 문화가 있다면, 선별하기 어려울 만큼 고학력자가 늘 수 있다.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도 마찬가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학력과 스펙을 통해 더 나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 금전적 투자에 의해 일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습능력과 경제력을 점점 더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채용시장 상황이 불평등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국 회사는 채용을 하면서도 제대로 뽑았는지 불안하고, 구직자는 과도한 투자에 지치고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된다.
 
지난 2월의 15~29세 실업률이 10.9%로 2000년대 들어 최악이라고 한다. 사적 기업들의 채용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채용시장도 대학입학처럼 평등한 기회가 강조되는 상황이라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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