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공부방

<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77) 재정적자, 공공부채, 페이고

2014. 05. 08

지난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하면서 ‘페이고’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예산 이야기마저 한가하게 들리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지만 오늘은 페이고가 무엇인지, 왜 등장하게 됐는지 이야기해보자.

페이고(pay-go·pay-as-you-go) 제도란 1990년대 초 미국이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정부의 지출이 늘거나 세금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이면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수입을 늘려 재정균형을 맞추도록 규정한 제도다. 정부가 예산을 짤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연중에 정부 지출을 늘리는 법을 만들어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 같으면 그 다음해 정부 지출이 자동 삭감되도록 한다. 우리 돈으로 1경원이 훌쩍 넘는 정부 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에서 이런 제도가 도입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페이고의 득실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페이고가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 효과는 인정받고 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상대적인 규모면에서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기준에 따라 산출한 공공부문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64.5%나 된다. 이전 기준으로는 30%대 수준이었으나 사실상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한 결과 크게 늘어난 것이다. LH,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부채가 정부 자체의 부채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치 역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지급 등 결국 정부가 메워야 하는 금액은 제외된 것이고, 향후 복지정책이 확대될 전망이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지출이 확대되는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경제학 이론이 있는 것을 보면 정부 씀씀이가 커지는 것이 한국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 지출을 결정하는 집단들이 돈을 더 쓰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의 행위를 설명하는 경제학의 이론은 대부분 그들이 예산이 많을수록 좋아한다고 가정한다. 큰 예산이 그들 업무의 중요성을 반영해서건, 권력을 상징해서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보장해서건, 공무원 집단이 일차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예산이라는 것이다. 물론 예산은 입법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입법부의 국회의원들은 ‘표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예산을 축소할 동기가 약하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페이고와 같은 규율을 시도한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정권 초니까 먹힐 법한 한시적 지침으로는 장기적 재정건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기한을 정해 시행하더라도 법으로 하는 것이 나을 텐데, 이를 반기지 않을 이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니 차라리 기대를 접는 편이 나으려나 싶기도 하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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