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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73) 명목과 실제

2014. 04. 22

지난주 산재보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산재보험료를 고용주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반씩 부담하건 고용주만 부담하건, 고용과 실질 보수가 줄어드는 정도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이런 현상은 명목상 부담을 누구한테 지우는가와 실제로 그 부담을 누가 지는가는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명목상 부담과 실제 부담이 다른 것은 세금이나 국민연금 보험료 건강보험료 등과 같은 준조세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또한 세금 부담뿐만 아니라 정부지원금이나 세율 인하의 혜택에서도 명목상 혜택과 실제 혜택이 다른 경우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보자. 몇 년 전 금융위기 발생 직후 정부에서 내수 진작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예전의 특별소비세)를 낮춘 적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인하된 세율만큼 자동차값이 떨어지리라 기대했으나 가격 인하폭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세율 인하의 혜택을 소비자가 온전히 누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이 자동차회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함께 결정하기 때문이다.

세율이 인하되면 공급자인 자동차회사는 세율 인하폭만큼 자동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낮아진 가격에서는 수요량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자동차는 쌀이나 밀가루 같은 필수재가 아니어서 그 수요량이 가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게 마련이다.

즉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수요량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증가한 수요량에 맞춰 공급량이 늘다 보면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따라서 가격도 상승한다. 결과적으로 세율 인하 전보다는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지만, 세율 인하폭보다는 작게 하락하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소비는 늘었을 테니 정부로서는 세율을 인하한 보람은 있었을 것이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경우 직장을 통한 가입자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명목상 반씩 부담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 부담은 노동시장의 수요, 공급 상황에 달려 있다. 예컨대 올해 1월 건강보험료가 인상됐다.

그 결과 근로자의 보수를 결정하는 다른 요인들을 모두 제외했을 때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전보다 오른다면 근로자 몫의 부담 일부가 고용주에게로 전가된 것이다. 반대로 보수가 준다면 고용주의 보험료 부담 일부가 근로자에게 옮겨간 것이다.
 
이렇게 명목상 부담(혜택)과 실제 부담(혜택)이 다르고, 실제 부담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가 새로운 부담이나 혜택을 정할 때 주목할 바는 진정 그 영향을 받게 될 당사자가 누구이며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지다.

이것이 우리가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자 명목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는 근거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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