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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70) 생산성의 딜레마

2014. 04. 22

한국은 2012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 일하고, 여섯 번째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나라다. OECD 국가들을 모아놓고 보면 오래 일할수록 생산성이 낮고, 짧게 일할수록 생산성이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는데, 한국은 전자에 속한다. 노동생산성은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짧게 일하면서 더 많이 버는 후자의 조합이 누구에게나 이롭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정책 차원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짧게 일한다고 저절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하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관건은 노동생산성 향상이다. 노동생산성은 생산에 투입된 시간 대비 창출된 생산물의 가치를 뜻한다. 투입시간당 생산물의 가치가 증가하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이 만들거나, 더 비싼 것을 만들거나, 둘 다 해야 한다. 경제학 교과서들에 나오는 대표적인 생산성 증가 방안에는 자본투입 증가나 기술 발전 등이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런 방법들은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노동력이 더 많은 자본이나 앞선 기술과 결합한다면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개인 컴퓨터의 사용처럼 개별 근로자가 이전보다 더 나은 장비와 도구를 갖춘다면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해야 하던 일들을 혼자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기술의 진보와 자본투자가 고용량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살아남은 근로자는 높은 생산성으로 더 높은 임금을 누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 큰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기의 기계파괴운동(The Luddite)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던 것처럼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과 기술 발전 자체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낙관적으로 보면 생산성 향상으로 소득이 올라간 계층이 소비 역시 늘릴 것이기 때문에 이런 수요에 부응하는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일 뿐 실제로 일자리가 창출되려면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창업과 새로운 업무에 근로자를 적응시키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기업가정신과 교육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비관적 시각에서 보면 창출될 일자리 수가 없어지는 일자리 수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과정에서 서비스산업에 대한 수요도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서비스에 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주저하는 우리의 문화는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료만 따지는 ‘원가’ 개념이다. ‘원가 00원짜리 물건이 000원에 팔린다’는 식으로 사람의 수고를 무시하는 인식이 서비스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 이제 진정 사람 귀한 줄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싶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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