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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잔에 지폐 3000장 내야한다면…

2009. 11. 26

[경제토플 한경 TESAT]

맥주 한 잔에 지폐 3000장 내야한다면…

경제 이해력 검증시험 '테샛' 따라잡기

[문제]

다음 지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짐바브웨에서는 계란 3개를 사려면 1000억 짐바브웨달러가 필요하다. 맥주 한 잔을 마시려면 2000만 짐바브웨달러 지폐 1000장 3묶음을 내놓아야 한다. 빵덩어리를 사려면 아예 부피 큰 돈자루가 필요하다. 아마 이 가격표는 테샛 문제를 푸는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을 것이다. 무가베 대통령이 2000년 지배층인 백인들에게서 농지를 무상으로 빼앗아 무상 분배하는 것으로 개혁정책의 막을 올리면서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되기도 했다. 무가베 정권은 농지를 몰수한 다음에는 외국 기업 보유 주식 과반수를 반납하라고 명령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체포하는 방법으로 외국인을 내쫓았다. 국내에 물자가 부족해지자 물자를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강제로 물건을 내놓게 했고 그 결과 물자는 더욱 부족하고 물건 값은 더욱 치솟았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물건 값을 지정 가격 이하로만 팔도록 명령했고 그 결과 기업들이 줄지어 도산하면서 그나마의 공급도 끊어졌다. 인플레이션율이 2억% 이상으로 뛰어 오르면서 정부는 더 이상의 물가 계산도 포기했다. 화폐가치는 거의 매달 수백분의 1로 떨어지고 있다. 2006년 이후 두 번의 화폐 개혁을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 같은 물가 폭등 현상은 대부분 동일한 원인을 갖고 있고 경과도 비슷하게 진행된다. 이에 대한 다음의 설명 중 틀린 것은?

①상품의 퇴장 현상이 나타나며 경제는 물물교환에 의해 유지된다.
②정부가 재정 확대 정책을 장기간 지속했을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③화폐 액면 단위를 변경시키는 디노미네이션으로 쉽게 해소된다.
④대부분의 경우 정부가 대중영합 정책을 시행하면서 발생한다.
⑤전쟁이나 혁명 등 사회가 크게 혼란한 상황에서 나타난다.


[해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시기는 대부분 전쟁이나 혁명 등 사회가 크게 혼란한 상황 또는 정부가 재정을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용해 통화량을 대규모로 공급할 때 등이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이 출범했지만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던 탓에 정부가 화폐 발행을 남발했고 이에 따라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1922년 5월 1마르크였던 신문 한 부 가격은 1년여 후인 1923년 9월 1000마르크로 1000배나 뛰었다. 이어 신문값이 100만마르크로 다시 1000배가 뛰는 데에는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시 화폐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액면가 100조마르크 지폐가 발행됐을 정도다.

또 2차대전 직후인 1946년 헝가리에서는 무려 4200조%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슈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터키는 1990년대 후반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대규모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였다. 1980년대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들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했고 그 결과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외채 위기를 경험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문제는 단순히 화폐 액면 단위만을 변경시키는 디노미네이션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정답 ③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공평성

나는 사과를 한 개 가지고 있고 너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런데 나는 사과보다는 커피를 마시고 싶고 너는 커피보다는 사과를 먹고 싶다. 그렇다면 현재의 물자 배정은 잘 된 것이 아니다. 꼭 같은 사과 한 개와 커피 한 잔이라도 나에게 커피를 주고 너에게 사과를 준다면 너와 나는 모두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현재의 경제활동을 달리 바꿀 때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일제히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그렇게 개선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경제활동을 효율 상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사과를 주고 사과를 좋아하는 네게 커피를 주는 물자 배정,즉 자원 배분(resource allocation)은 비효율적인 것이다.

어떤 상태가 효율적이라면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일제히 개선할 여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도록 자원 배분의 구조를 끝까지 개선한 상태라야 한다. 경제학자 파레토(Pareto)는 이렇게 끝까지 개선된 상태를 효율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효율 상태를 파레토 효율 상태,또는 파레토 최적 상태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의 경제생활이 효율 상태라면 더 이상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일제히 개선시킬 수 없다. 어떤 사람의 생활을 개선시키려면 반드시 다른 어떤 사람의 생활을 악화시켜야 하는 상태가 효율 상태인 것이다. 예컨대 내가 사과와 커피를 모두 차지하는 배분도 효율 상태다. 너를 좋게 하기 위해 사과나 커피를 조금 주려면 내 몫이 그만큼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네가 모두 다 가지는 배분도 역시 효율 상태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효율 상태가 가능하다.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에 이것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중요하다. 경제학이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효율성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희소한 자원을 한 사람이 모두 독점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의 사용은 제한당하지만 이 상태는 효율 상태이다. 독점 소유자의 몫을 줄여야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희소한 자원을 모두 독점하는 상태를 효율 상태라는 이유로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효율성(efficiency)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공평성(equity)이 필요하다.

그런데 효율성과는 달리 공평성을 명확하게 합의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비효율적인 상태에서 더 효율적인 상태로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어느 효율 상태가 불공평하기 때문에 다른 공평한 효율 상태로 옮겨가자는 제안에는 반드시 반대자가 나타난다. 이 제안을 실행하면 어떤 사람들의 생활은 개선되겠지만 다른 일부 사람들의 생활은 반드시 악화하기 때문이다. 생활이 악화하는 사람들이 그 공평성의 기준을 수용하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효율성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합의하지만 공평성에 대해서는 서로,때로는 극렬하게,대립하는 것이다.


[읽어 볼 만한 칼럼]

경제 살리는 길은 감세에 있다

▶2009년11월25일자 A38면

안재욱 경희대 대학원장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인하하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감세 정책을 재정정책의 주된 기조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방향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세율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필자는 현재 경제를 살리는 길은 증세가 아닌 감세에 있다고 주장한다. 재정이 건전하지 못하다면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그는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예로 든다. 최근 일련의 연구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승수는 1 이하이고,조세 승수는 약 3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재정지출 승수가 1 이하라는 것은 정부가 100억원을 지출했을 경우 국민소득은 100억원보다 적게 증가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세금을 늘려 지출하면 할수록 오히려 국민소득은 감소한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감세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부자에 대한 세금 증액은 오히려 부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부자에게 먼저 피해를 주겠지만,그 다음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피해가 이어진다. 감세를 하면 특정 계층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고 생산활동을 증가시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다며 감세 정책을 지속해야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감세 정책은 지금 국회에서도 논란 중이니 만큼 주목할 만한 칼럼이다.

[이번주의 필독서]

진화경제학

마이클 셔머 저 박종성 역 한국경제신문 간  
 
일반 주류 경제학은 자원의 희소성과 합리성을 가정한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합리적인 인간의 효율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진화경제학은 이러한 현상이 왜 생기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권위를 잃은 이유를 물리학의 방식을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제학자들은 각종 수식과 통계,그리고 하나의 체계를 통해 대중과 시장을 이해하려 한다. 경제 시스템을 하나의 틀로 설명할 수 있다면 시장의 움직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론을 제공한 물리학은 오히려 아인슈타인 때 단순한 체계를 버렸다. 경제학은 하지만 물리학의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옛 물리학의 강조점만 차용해 금융위기 등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따라서 시장의 마음은 물리학의 세계처럼 질서정연하지 않고 오히려 '생물'의 세계에 가깝다고 밝힌다. 시장은 관행이나 제도처럼 인간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산물에 의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그 진화 과정은 비합리적이거나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현실적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경제학이 외면했던 부분들을 잘 다루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009년 11월 26일자 A33면 경제이해력검증시험 '테샛'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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