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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적 정의는…롤즈냐, 노직이냐

2009. 04. 09

[오늘의 TESAT]

분배적 정의는…롤즈냐, 노직이냐

[ 문제 ] 소득 재분배와 관련한 정치철학적 문제로 흔히 공리주의,존 롤즈주의,로버트 노직주의 등의 기준이 제시된다. 이들의 견해를 잘못 설명한 것은?

①공리주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가정한다.
②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③공리주의와 존 롤즈주의를 비교할 때 공리주의가 소득 재분배를 더 강조한다.
④로버트 노직은 본질적으로 재분배 정책은 필요없다고 본다.
⑤존 롤즈의 견해에 의하면 정의란 무지의 베일에 가려진 상황에서 선택하는 기준으로 최소 수혜자의 복지를 중요시한다.

[ 해설 ]소득 재분배의 정치철학으로는 전통적인 공리주의와 존 롤즈의 진보주의(liberalism),로버트 노직의 자유주의(libertarianism)가 대표적이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공리주의는 한계효용체감을 기초로 한다. 부유한 사람의 1달러보다 가난한 사람의 1달러가 큰 효용을 창출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총 효용을 극대화하려면 부유한 사람에게 1달러를 주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1달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부자의 1달러를 가난한 자에게 주면 공리주의적 원칙은 충족된다.

그렇다고 공리주의자들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소득이 똑같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리주의자들은 사람들이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원리를 인정한다. 즉 소득이 높은 사람이 많은 세금을 내고 낮은 사람은 정부의 보조금이나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세금은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저해하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이 된다. 그래서 공리주의자들은 평등에서 오는 이익과 근로의욕 저하에서 비롯되는 손해를 잘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 롤즈는 사회의 각 단체,법,정책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롤즈는 어느 누구도 자기가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그 사회에 태어날지 모른다고 가정하는 '무지의 베일' 뒤에 가려진 '초기 상태'에 있다고 가정한다. 모두 같은 입장에 있고 아무도 자신의 사적 이익에 유리한 원칙을 세울 수 없다면 공정한 합의의 결과로 정의의 원칙이 도출된다는 것이다.

롤즈는 초기 상태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소득 분배의 최하위층에 떨어지지 않을까를 염려하기 때문에 공공정책의 목표는 사회 최빈층의 복지를 증가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추론한다. 공리주의자처럼 모든 사람들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수혜자층의 효용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최소 극대화 기준이라고 부른다. 롤즈는 공리주의보다 소득 분배를 더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로버트 노직은 분배 원칙에 대한 논의 자체가 쓸데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활동의 결과를 평가하기보다는 결과가 나온 과정의 공정성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직 등 시장 자유주의자들은 기회의 균등이 결과의 균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모든 이들이 재능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야 하고 이런 게임의 규칙이 정립되면 소득 분배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답 ③

정재형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jjh@hankyung.com


[이승훈 교수의 경제학 멘토링]

남미 경제의 파탄 원인‥중심부와 주변부의 반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아르헨티나의 경제학자 프레비시(Prebish)는 세계를 산업화를 이룩한 '중심부(center)'와 그렇지 못한 '주변부(periphery)'로 나누고 중심부와 주변부 간의 무역거래 동향을 조사했다. 그는 중심부는 주변부에 공산품을 수출하고 주변부는 중심부에 농산물과 자원을 수출하는데 공산품 거래가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데 반해 농산물과 자원의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불안하지만 추세적으로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프레비시는 이러한 구조의 국제무역이 지속되면 주변부의 경제적 잉여는 중심부로 빨려나갈 것이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은 자신들의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을 결코 축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주변부 국가들이 중심부와의 교역을 줄이면서 하루빨리 산업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미의 여러 나라들은 그의 권고를 받아들여 선진국들과 교역을 확대하는 '수출주도형' 성장을 외면하고 '수입대체형' 산업화를 개발전략으로 채택했다. 중심부와의 교역을 줄이려면 수입으로 조달하던 공산품을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효율적은 산업화 전략은 이미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선진국들과의 교역은 아주 유용한 학습기회를 제공하는데 중심부와의 교역을 줄이면 이 기회를 놓친다. 또 수입대체화는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을 제약한다. 생산자가 세계 시장의 반응에서 차단돼 제품 개선과 개발 방향에 대한 올바른 신호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농산물과 자원의 내용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이지만 신기술 개발과 더 많은 노동 투입으로 성능이 좋아지는 공산품은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프레비시는 주변부 국가가 수출주도형 산업화에 착수하면 주변부 역시 공산품을 수출하게 됨을 간과했다. 그의 처방이 잘못되었음은 오늘날 남미 국가들의 파탄난 경제가 웅변해주고 있다.

오늘날 중국 인도,그리고 브라질 등 초거대 국가들이 산업화에 돌입하면서 중심부와 주변부의 그림은 프레비시 시대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바뀌고 있다. 거대 인구의 산업활동 확대와 이에 따른 소득 증가는 자원 수요와 곡물 수요를 폭증시켰다. 자원가격 폭등의 시작은 1970년대 초 중동전쟁 직후 석유파동기의 유가였지만 다른 자원가격도 뒤따를 조짐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곡물 수요는 1970~1990년 사이 20년 동안 4배로 늘어났다. 식생활 개선으로 사료용 곡물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등 거대국의 개인소득 상승이 불러올 수요 증대는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회복되면 전 세계는 조만간 자원가격과 곡물가격의 폭등이라고 하는 역프레비시적 쓰나미에 말려들 것이다.


[이번주의 필독서]

트러스트(Trust)
프랜시스후쿠야마著 / 한국경제신문사 刊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Hukuyama · 1952~)는 시민의식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 자본을 평가한 대표적 학자다. 후쿠야마는 이 책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 시스템과 함께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후쿠야마가 규정하는 신뢰(Trust)란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협동의 규범이다. 그는 사회 구성원이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일한다면 사회적 거래에서 나타나는 중개 비용이 감소하고 예상치 못한 손해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며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후쿠야마는 따라서 혈연이나 지연과 같은 태생적 신뢰가 아닌 인간의 공통 규범을 바탕으로 서로 믿고 존중하며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신뢰를 가진 사회가 시장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과 독일경제의 공동체적 속성과 사업상 신뢰관계를 소상하게 칭찬하고 있다. 신뢰도가 낮은 한국과 중국 사회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사회는 신뢰가 무너진 것 같지만 미국 사회의 전통이 개인주의적인 것만은 아니며 여전히 공동체적인 연대와 결속이 가능한 사회임을 주장하고 있다.

[읽어 볼만한 칼럼]

다시 보는 하이에크의 가르침
한경 2009년4월6일자 A38면

각국 정부가 사상 유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아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고 금융사에 자금을 지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업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까지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고 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1970년대 말부터 득세해온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용 교수는 이 칼럼에서 스스로 질서를 찾아가는 '시장'을 강조한다. 최근의 경제위기가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거품 붕괴 과정이며 위기는 이 거품이 완전히 걷혀야 끝날 수 있다. 정부 개입은 거품이 꺼지는 과정,즉 시장 청산 과정을 도울 수도 있지만 그건 우연에 가까울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정부 개입은 경쟁력 없는 기업들까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소비촉진 정책으로 형편에 맞지 않는 과도한 소비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 시장의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 회복이 더디고 불황의 골을 깊게 할 수 있다.

'과학성'을 앞세운 수리적 · 통계적 방법에 의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복잡하지만 스스로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는 시장에 대한 일반적인 예측만 가능하다는 하이에크의 철학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대목이다.


20090409_경제이해력검증시험'테샛'따라잡기_한국경제A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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